[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미국으로 국내 계란이 지난달 수출되면서 계란 수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계란은 밥상 물가와 관련이 많아 계란 수출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가격 안정화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계란 수출은 2009년 홍콩을 시작으로 이후 싱가포르, 마카오 등에도 수출된 바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낮아 현재 꾸준히 수출이 진행되고 있는 나라는 홍콩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미국 내 계란 가격이 급등하면서 진행된 한국 계란 수출은 국내 계란의 안정적인 수급을 보여준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국산 계란 수출과 향후 국내 계란 시장을 살펴본다.
# 홍콩, 국산 계란 수출의 시작
미미하던 국산 계란 수출은 계란 유통업체인 한스팜이 2009년 홍콩과 계약을 체결하며 크게 성장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2009년 조란(HS코드 24201) 기준 수출량은 14만8380kg으로 전년 1만2390kg 대비 1097% 증가했다.이후 홍콩은 국내 계란의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잡았으며 2012년에는 전체 수출량 471톤의 약 99%인 467톤의 계란이 홍콩으로 수출됐다.
홍콩이 국산 계란의 주요 수출국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바로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고 규제가 많지 않아 수출하기 비교적 쉬웠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은 산란계농장이 없어 100% 수출에 의지해야 한다.
이후 여건이 비슷한 싱가포르에도 2010년부터 계란 수출이 가능해졌지만 싱가포르는 자국에서 계란을 생산하고 있고 AI가 발생한 나라는 계란 수출이 거의 불가능해 현재는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다.
10년 넘게 홍콩에 계란을 수출하고 있는 한만응 한스팜 대표는 “이제 홍콩은 수많은 거래처 중 하나이며 현재 국내 난가는 중국, 일본보다 높은 편이어서 우리나라 계란은 홍콩 전체 시장의 0.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지난 10년 동안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았는데 우리나라는 사료값, 인건비 등 원가가 계속 상승해 이제는 일본 계란보다 가격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 수출국 다변화, 홍콩을 넘어 미국까지
올해 국내 계란 수출은 홍콩을 넘어 미국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충남 아산의 계림농장이 최초로 미국 조지아주로 33만 개의 계란을 수출했으며 지난달 20일에는 충북 충주 무지개농장도 33만 개의 계란을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이 국산 계란을 수입하게 된 주요 배경은 고병원성 AI의 확산으로 인한 계란 공급 부족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미국에서는 약 5380만 마리의 산란계가 고병원성 AI 확진으로 살처분됐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러한 살처분으로 인해 미국 계란 공급이 약 7~10%가 감소했고 계란 가격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 농무부는 계란 시장을 안정시키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5가지 전략을 발표했다.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은 현지시간 기준 지난달 26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계란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고병원성 AI를 지목했다.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5가지 대책은 △고병원성 AI의 농장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5억 달러(한화 약 7325억 원) 투자 △과도하게 규제되던 산란계 규정 완화 △AI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에 최대 1억 달러(한화 약 1465억 원)투자 △계란 수입량 확대 △산란계 농가 회복을 위한 4억 달러(한화 약 5860억 원) 지원 등이다.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가금산업을 보호할 방침이다.
김재홍 대한산란계협회 총괄국장은 “지난달 중하순 이후로 계란 수출은 거의 중단된 상황으로 국내 계란 수급 안정화를 위한 선택이었다”며 “지금까지 이뤄진 미국 수출은 국가와 국가가 협의한 내용이 아닌 개인 거래로 이뤄졌으며 대부분 계란 가공공장으로 판매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식란 형태로 판매하기 위해선 절차도 까다롭고 시일도 오래 걸리며 미국에서 관련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바로 열처리가 이뤄지는 계란 가공공장으로만 수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향후 국산 계란 수출은
산란계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계란 미국 수출은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개인 간의 거래로 이뤄져 특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거래가 아닌 일회성 거래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계란 산업의 한 관계자는 “산란계 농가들은 일회성 거래보다는 난가가 낮거나 높을 때 관계 없이 꾸준히 수매하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미국과 같이 단발적인 거래처는 좋아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계란 가격이 낮은 나라 중 하나로 내년부터는 단가를 맞출 수 없어 수출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진행된 두 차례의 수출도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거래가 아니었다”며 “미국 수출은 올해와 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앞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달리 홍콩은 자체적으로 계란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국산 계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존재해 홍콩과의 수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93% 육박하는 계란 자급률 지킬 수 있을까
지난달 이뤄진 미국 계란 수출로 인해 국내 계란 수급에 대한 걱정이 일고 있지만 실제 계란 생산량은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계란 자급률은 약 93%로 국내 생산이 대부분의 수요를 충당하고 있으며 미국 수출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7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국내 가격 상승이나 공급 부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산란계 사육마릿수와 일평균 계란 생산량은 각각 7758만 마리, 4972만 개로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2.0%, 3.5% 증가했으며 이러한 증가세는 다음달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농경연의 산란계 중기 사육전망을 살펴보면 오는 6월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7845만 마리로 예상되며 이 중 72%인 5701만 마리가 6개월령 이상일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특란 30개 평균 산지가격은 4739원으로 지난해 동월 4668원 대비 1.5% 상승했으며 소비자가격 또한 6342원으로 지난해 동월 6191원 대비 2.4% 높았다. 지난해 3~5월에 농식품부가 할인행사 등을 진행하며 계란 소비자가격을 낮춘 것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가금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2027년 9월부터 시행 예정인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가 시행되면 자급률과 생산비 상승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만응 대표는 “해외에서는 내수 시장에서 판매하고 남은 계란을 싼 가격에 수출해 내수 시장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계란 산업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0.075㎡로 사육면적이 확대되면 전체 계란 생산량의 30%가 줄어들고 부족한 공급 물량은 수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계란 수출입은 생각보다 쉬워 장기적으로 보자면 국내 자급률은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어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이 펼쳐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자급률을 지키기 위해선 국산 계란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란은 기초 식재료로 다른 가공식품의 원재료로도 많이 사용돼 가격 안정화가 필수적인 식품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14.3kg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양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계란 생산비는 몇 년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사료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며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시행으로 같은 공간 대비 사육마릿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생산비는 높아져 계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월 ‘계란가격 분석 및 가격 안정화 방안 모색’을 발표하고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제언으로 △생산비 절감 지원 △계란 품질 개선 △동물복지 관련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 인식 변화 등을 내놨다.
출처: 농수축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