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미국·유럽, 축산 디지털 전환 선도
탄소감축·동물복지도 강화
양계 무인화 진입
생산성·동물복지 동시 추구
글로벌 경쟁력 갖추고
ICT 장비 뿐만 아니라
운영 솔루션 연계 필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덴마크 콜딩에서 열리는 유럽 돼지 생산자(EPP) 연례 회의의 주제는 ‘돼지 농업의 미래(미래의 돼지 사육)’로 잡혔다.
독일농업협회(DLG)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선 광범위한 양돈 생산자들이 모여 업계가 직면한 현재의 도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 농업 솔루션을 탐색하고 양돈 생산의 혁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기대와 소비 습관이 변하면서 소비자들은 투명성, 지속 가능성, 품질에 보다 더 중점을 두고 있고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미래 트렌드에 대한 생산자들 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 축산 고도화에 지속가능한 축산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 주요 선진국 스마트 축산 시장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축산업·기업분석 및 전망 보고서-2025년 2분기 이슈 분석’에서 스마트 축산 발전 방향을 정리해 지난달 22일 공개했다.
공개한 자료에서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 축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44억 달러에서 2028년 234억 달러로 연평균 10.2%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기술별 시장 점유율은 인공지능(AI)·데이터 분석이 약 25%,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약 22%, 자동 착유·급이 시스템이 약 20%, 로봇·드론이 약 20%, 기타 기술이 약 8% 등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 농업혁신아젠다(AIA)를 수립하고 농업 생산성 향상 등 5대 목표 달성을 위한 민·관의 농업기술 연구·사업화.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고 있고 미국 농축산업계는 인터넷 사용률이 높아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 첨단기술과 접목돼 지능화, 자동화, 간편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주마다 주립대 익스텐션(Extension) 네트워크가 있고 미국 농무부(USDA)는 이를 통해 스마트 축산 기술을 농가 단위까지의 교육과 확산에 적용하고 있다.
유럽은 EU 공동농업정책(CAP, 2023~2027) 내에서 정밀축산을 중점 분야로 지정하고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양한 재정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의 연구, 역량 강화, 기술 상용화 등의 디지털 농업 전략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축산 보급 비중은 낙농 38%, 육우 22%, 양돈 18%, 가금 17% 등으로 낙농 농가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도입의 주목적은 탄소·암모니아배출량 추적, 사료 사용량 감소, 항생제 절감 등의 환경효과를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으며 EU 환경, 복지 규제 준수를 위한 필수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대한한돈협회 등을 찾은 마이클 슈탈슈미츠 덴마크농식품협의회 해외사절사업단장은 덴마크 양돈 산업이 고도의 기술력과 효율성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정부와 민간이 긴밀히 협력해 지속 가능한 축산을 실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기술 개발과 교육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스마트팜 시스템을 통한 자동화와 환경 모니터링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생산측면에서 1980년 6만9000호 농가에서 2023년 2131호로 감소했지만 이들 양돈농가는 2023년 도축마릿수 1450만 마리, 생돈 수출 1510만 마리 등 2960만 마리의 돼지를 생산했다. 2022년 모돈당 연간 평균 34마리의 자돈을 출산,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최근 주목되는 동물복지와 효율성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슈탈슈미츠 해외사절사업단장은 “유럽은 탄소·암모니아배출량 추적, 항생제 절감 등의 환경효과를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는데 특히 덴마크는 기후변화에 대비한 2030년 ‘탄소세’ 부과에 업계가 먼저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면서 “보완책 논의는 꾸준히 되겠지만 정부도 이런 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3년 기준 전 세계 스마트 축산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 3개사 머크(Merck), 드라발(DelLaval), 지이에이(GEA)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국내 스마트 축산 보급 상황
개념적으로 스마트 축산(Smart Livestock Farming)은 축사 내 설치된 각종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장비가 환경정보, 생육 데이터, 가축 건강 상태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현장을 진단, 제어, 개선하는 축산업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 8674농가가 스마트 축산을 도입했는데 전업농 기준으로 보면 낙농 47.5%, 양돈 41.5%, 양계 34.0%, 한우 22.9%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고 전체 전업농의 약 27.9%에 보급됐다.
스마트 축산은 크게 1, 2, 3세대로 구분할 수 있고 현재 국내는 1.5세대 수준으로 평가되며 2세대 전환을 위해 정부는 2027년까지 전업농의 40%까지 보급률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한우 농가의 경우 송아지 정밀 사육 솔루션과 송아지 목의 센서틀 통해 포유, 반추, 기침, 휴식, 활동량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국내 약 67개 농장에서 약 3000마리의 소 모니터링에 사용하며 기존 평균 폐사율이 13%에서 약 0.8% 수준까지 감소했다.
양돈 농가의 경우 ICT 기반 지능형 환기, 사료급여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모돈 개체별 전자태그(RFID) 관리로 생산비를 절감했고 스마트 축산 도입 농가들의 모돈당 연간 이유마릿수(PSY)는 국내 상위 30% 평균을 웃돌고 있다.
양계 농가의 경우 슈퍼컴퓨터로 관리하는 ‘에이맥스(Amacs) 시스템’을 통해 관리하며 사람이 들어갈 일이 거의 없는 ‘무인 양계장’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케이지마다 센서를 부착해 닭의 무게, 매일 먹는 사료와 물의 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온·습도를 조절해 닭이 쾌적한 환경에서 달걀을 낳을 수 있도록 조절하고 있다.
낙농 농가의 경우 착유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정밀화해 생산성 향상과 우유 품질을 개선했으며 로봇 착유기는 각 젖소의 착유 기록을 상세히 기록해 소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호라이즌(Horizon) 토탈솔루션 프로그램’은 목장의 성적과 젖소의 건강 상태 등 주요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며 원격으로 농장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스마트 축산을 통해 생산 효율화, 지속 가능한 축산환경 구축, 축산 자동화 등이 가능하며 기후 위기, 농업 성장동력 약화속에 농산업 혁신과 성장생태계 조성을 위해 국정과제로 ‘스마트농업 확산’을 추진 중이다. ICT 보급 사업, 스마트 축산 패키지사업 등 정부 주도의 정책을 추진,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스마트 장비를 보급 지원하거나 장비를 묶음 패키지로 보급해 농가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록·수집·분석해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광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사무관은 “축산농가는 경영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 악취 탄소 저감, 동물복지와 방역강화 등 복합화된 현장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들 문제 극복을 위해선 단순히 개별 ICT 장비 보급(1세대)이 아니라 가축 최적 생육에 필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축사내 온·습도 등 환경관리와 사료 급이 등 사양관리, 가축 개체별 건강, 발정 관리 등에 관한 스마트축산장비를 원격 정밀 연계(2세대)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2023년부터 축산부문 ICT 장비 세트와 운영 솔루션을 함께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 스마트 축산 고도화를 위한 과제
축산 농가수가 점차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생산량 증대와 자가 노동력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스마트 축산 활용 인식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고 적극적인 스마트 도입을 위해 관련 교육 지원, 신뢰성 학보, 사용자 편의성 제고 등도 수반돼야 한다.
현장에선 스마트 축산 발전과 관련해 한우, 젖소, 양돈, 양계 등 축종별 특징을 고려한 데이터 종류와 형식에 대한 표준화와 통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 축산 기업들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기술 보유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빅데이터 플랫품 활용도는 낮은 실정이다. 2세대에 이어 3세대 스마트 축산으로 나아가기 위해 민간의 투자 촉진을 유도하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기술을 보다 강화하고 플랫폼 활용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박찬목 메텍홀딩스 대표는 “축산은 조속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ICT융복합을 통해 농가의 품질경영과 생산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면서 “스마트 축산 고도화를 통해 한우의 경우 저탄소 축산물 인증과 질병 관리 등으로 소고기 수출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며 스마트축산 기술의 해외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정부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농수축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