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어기구, 이하 농해수위)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감사에는 농식품부를 비롯해 축산물품질평가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유관기관이 참석했으며, 한우, 계란, 흑염소, 저탄소농업 등 축산업 전반의 정책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요 축산 현안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 FTA 피해보전직불금 연장 촉구
전국한우협회가 정부에 FTA 피해보전직불제 기한 연장과 세부 시행 지침 개선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 14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민경천 한우협회장은 “한·미, 한·호주 FTA로 인한 한우농가 피해가 누적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제도를 폐지하고 수입안정보험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피해보전직불금 일몰 연장과 보상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2012~ 2022년) 한우농가의 연평균 피해액은 1920억 원에 달하며, 2026년 미국산 소고기 무관세화 시 한우농가 소득이 4481억 원, 2028년 호주산까지 무관세화되면 4782억 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 물량이 30% 늘면 피해액은 8858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협회는 지급단가(95→100%)와 평균 가격 반영률(90→95%) 상향, 조정계수의 수입 기여도 비율 폐지 등 제도 전면 개선을 함께 요구했다. 실제 송아지 직불금은 실제 가격 하락폭의 10%에 불과하고, 비육우 직불금 역시 피해의 3.5% 수준에 불과해 보상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외국산 농축산물 불법 반입 급증
최근 3년간 해외 여행객이 반입한 농축산물의 적발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육류와 과일·채소류의 반입이 크게 늘어 ASF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유입 우려가 커졌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당진시)이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반입 금지된 주요 농축산물 적발은 최근 3년간 급증했다. 상위 10개 휴대축산물은 2022년 대비 2024년 73% 늘었고, 과일·채소류는 102% 증가했다. 특히 돼지고기는 2024년 한 해에만 1만5200건이 적발돼 전체의 27.4%를 차지했다. 미신고 축산물은 2022년 11건에서 2024년 100건으로 8배, 적발량은 65배 급증했다.
어 의원은 “해외 농축산물 반입 증가가 검역체계의 경고 신호”라며 “가축 질병 차단을 위한 단속과 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탄소농업 시범사업 ‘탁상행정 전형’
농식품부의 ‘저탄소농업프로그램 시범사업’이 준비 부족과 탁상행정으로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축산분야 예산 46억 원 중 2500만 원만 집행돼 집행률이 0.5%에 그쳤고, 사업관리비는 전액 집행돼 예산 불균형 논란이 일었다. 경종분야 집행률(84.7%)과도 대조적이다.
농식품부는 저메탄사료 심의 지연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판 전 사업을 강행해 현장 혼선을 초래했다. 지원금 역시 현실성이 낮아 한우 100마리를 사육하는 농가가 연 250만 원을 받아도 2300만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분뇨처리 지원금도 톤당 500~1500원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저탄소 축산물 인증 가점도 0.78점에 불과해 의미가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는 올해 축산분야 예산을 두 배인 100억 원으로 증액했지만, 9월 기준 사업 참여율은 한우·젖소 61%, 질소저감사료 1.3%, 분뇨처리 10.9%로 저조했다.
임미애 의원은 “현장 중심의 실질적 탄소중립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계란값 상승, 대형마트가 주도
최근 계란값 상승의 주범이 산지 생산자가 아닌 대형마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농해수위)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대형마트가 계란가격 인상을 주도하며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올해 2분기 기준 소매유통별 평균 가격은 농협하나로마트 285원, 개인슈퍼 297원, 대형마트 309원, 체인슈퍼 337원, 편의점 339원으로 나타났다.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체인슈퍼·편의점이 계란가격 상승을 주도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는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매출액은 늘어 판매단가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에는 305원까지 올랐다. 반면 산지 가격은 지난해 165원에서 올해 157원으로 하락했다가 2분기에야 184원으로 올랐다.
송옥주 의원은 “POS 데이터(판매 거래정보)는 대형마트 등 유통 대기업이 계란값 상승을 주도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라며 “산지 탓보다 유통 독과점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매년 농작업 중 사망 300명
매년 300명 가까운 농업인이 농작업 중 사망하고 있지만, 산업재해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대부분이 자영농 형태로 일해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농해수위)에 따르면 2024년 농작업 재해 사망자는 297명으로, 산업재해 사망만인율(0.98명)의 3배에 달했다. 최근 5년간 1185명이 숨졌고, 비사망 재해도 매년 5만 건 이상 발생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산재 통계는 산재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농업인은 대부분 집계되지 않는다. 2024년 산재 통계상 농업 사망자는 15명에 불과했지만, 농업인안전보험에서는 297명으로 20배 차이를 보였다.
임 의원은 “농업인도 ‘모든 노동자의 안전’에 포함해야 한다”며 재해 예방 법·제도 강화와 전담조직, 국가 공식통계 마련을 촉구했다.
○… 흑염소, 수입 급증에 ‘위기 경보’
흑염소 산업이 수입 급증과 가격 폭락, 원산지 혼란, 분뇨처리난 등으로 위기에 처했다. 국내 농가들은 사육 규모를 늘렸지만, 외국산 공세로 경쟁력을 잃었다. 문금주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흑염소 사육 마릿수는 늘었지만 생산량은 5000톤 내외에서 정체된 반면, 수입량은 2022년 3322톤에서 2024년 8143톤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23년에는 수입량이 국내 생산량을 앞질렀고, 올해 8월까지도 6790톤이 들어왔다.
국산 재래종은 성장 속도가 느려 1년 이상 사육해야 50kg 수준이다. 반면 외국산 보어종은 12개월 만에 60~100kg으로 자란다. 이로 인해 흑염소 평균 경매가는 2023년 66만 원에서 올해 52만 원으로 급락했다.
국산과 외국산 혼합 유통으로 원산지 표시 위반도 급증했다. 2020년 13건에서 2025년 7월 29건으로 늘었으며, 현행법상 국산 1%만 섞여도 ‘국산 혼합’ 표기가 가능해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남 강진·장흥 등 축산 밀집 지역은 분뇨 처리시설 부족으로 농가 부담이 심각하다.
문 의원은 “정부 방관 시 산업이 구조적으로 붕괴될 것”이라며, 흑염소 이력제 도입과 수입 쿼터제, 품종개량 연구, 유통·소비 촉진, 도축증명서 표기 개선 등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온라인 가축시장 고도화 필요
올해 들어 전국 89개 가축시장 중 26곳이 전염병 확산으로 최소 20일에서 최대 79일간 폐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금주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 농해수위)은 “반복되는 시장 폐쇄에 대비해 온라인 가축시장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시장 폐쇄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2021~2022년 구제역, 2023~2024년 럼피스킨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거래가 중단돼 축산농가의 생계에 타격을 줬다.
농협이 운영 중인 온라인 가축시장은 혈통·백신 정보 등 일부 정보만 제공돼 수천만 원대 거래에는 한계가 있다. 낙찰되지 못한 출장우 운반비만 최근 3년간 42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모두 농가가 부담하고 있다.
문 의원은 “온라인 가축시장을 첨단 기술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3D스캐너를 활용해 출장우 상태를 원격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축산경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