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운전자도 벨트 필수
매일의 습관이 농장 지켜
완벽 대비에도 감염 발생
질병, 부주의 탓만은 아냐
교통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운전 경험이 많다고 해서, 혹은 평소 조심한다고 해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한순간의 방심,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교통사고의 위험은 늘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위험을 잊고 살아간다. 축산농가의 차단 방역도 이와 다르지 않다. ASF, 고병원성 AI,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경계심이 쉽게 흐트러진다.
우리나라의 안전벨트 역사를 살펴보면, 1978년에 장착했고 1986년부터 착용이 의무화됐다. 2018년부터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안전벨트 미착용 시 운전자에게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되고, 동승자가 13세 미만이면 2배인 6만 원이 부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사고를 겪기 전에는 위험을 모르는 이들이 있다. 축산 방역도 같다. 한 번 긴장이 풀리면, 재앙은 순식간이다.
가축전염병 발생 농가의 손실은 개별 농장의 손익을 넘어선다. 출하 지연, 살처분, 사료비 손실, 인력·방역 비용, 지역 내 소비 위축까지 고려하면 수십억 원의 피해가 한순간에 발생한다.
철저한 소독, 장화 교체, 출입 통제는 안전벨트처럼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러나 그 기본을 매일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다.
차단 방역은 차량을 운전하기 전에 안전벨트를 매는 것과 같다. 외부 차량의 진입을 막는 것도, 농장 내부 동선을 분리하는 것도 모두 같은 원리다. 단 한 번의 방심이 수년 또는 수십 년간의 노력을 무너뜨린다.
농가의 방역은 ‘제도’가 아니라 ‘습관’이 돼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방역은 귀찮고 번거롭지만, 그 번거로움이 생명을 지킨다. 안전벨트도 마찬가지다. 불편하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단 한 번의 사고를 막기 위해 매는 것이다.
그러나 조심해서 방어 운전을 습관화해도 불가피하게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가축 방역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차단 방역에도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결코 축산농가가 방역을 게을리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차량의 안전벨트가 개인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같이, 축산의 안전벨트인 차단 방역은 나와 내 가족을 비롯해 공동체의 생명과 삶을 지킨다.
ASF나 AI가 한 번 발생하면 같은 지역 농가들이 도미노처럼 연쇄 피해를 입는다. 안전벨트 하나에 2만 원이 들어가도, 그것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무한하다. 농가 방역 비용도 같다.
소독약 한 통, 부츠 한 켤레, 출입구 차단봉 하나가 수억 원의 피해를 막는다. 방역을 단기 비용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핵심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경각심의 피로감’이다. ASF, AI, 구제역 등 반복되는 가축전염병 이슈 속에서 농가들은 ‘방역 피로감’을 호소한다. 오랫동안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 어느 순간 체념이 찾아온다.
그러나 바로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교통사고도 평온한 일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위험이 ‘일상화’될수록 방심은 깊어진다. 방역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식뿐 아니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소독 인프라 개선, 자동화 시스템 도입 지원 등으로 실질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의 방역 정책 또한 단속 중심에서 ‘습관 형성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속은 순간의 경각심만 높인다.
마치 운전면허 시험에서 안전벨트를 자동적으로 매는 습관을 익히듯, 농가도 방역이 몸에 배도록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방역을 잘한 농가가 사회적 신뢰와 경제적 혜택을 받는 구조로 가야 한다.
한편,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방역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차량 번호 인식 기반 출입 관리, 자동 소독 장치, 체온·이상행동 감지 센서 등 첨단 기술이 방역 현장에 접목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은 도구일 뿐, 기본 의식이 없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아무리 좋은 안전벨트가 있어도,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방역의 최전선은 결국 ‘사람’이다. 농장주, 근로자, 운송기사, 수의사, 공무원까지 모두가 한 끈으로 묶여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방역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의 습관’이다. 매일 차에 오르며 안전벨트를 매듯, 농장에 들어설 때마다 소독을 하고 장화를 갈아 신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안전벨트를 매는 일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지만, 방역은 ‘언제든 올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는 일이다. 그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같다. ‘준비된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인 것은 기술이 아니라 ‘습관의 변화’였다. 차단 방역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시스템을 만들어도, 농가가 그것을 자신의 생명줄로 인식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안전벨트를 매듯, 방역의 끈을 매야 한다. 그것은 법의 의무가 아니라 생명의 약속이다.
축산업의 미래는 결국 ‘생명을 다루는 산업’으로서의 책임 위에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무거운 책임감과 두려움을 전제로 한다.
그 두려움을 인정하고, 매일의 방역으로 스스로를 지켜낼 때 비로소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완성된다. 농장의 차단 방역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축산의 생명 벨트이자, 농가와 국가, 소비자의 안전을 잇는 마지막 끈이다.
출처: 축산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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