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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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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농가의 생존 투쟁을 범죄로 몬 ‘유통의 역설’

작성일2026-04-03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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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고시 가격 가장 알뜰하게 빼먹은 주체 중 하나가 바로 정부
농식품부·통계청·농경연 등 각종 행정가격으로 수십년간 활용
생산자협, 상인과 협상서 휘둘리지 않게 위해 기준 가격 고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제5차 회의에서 계란과 돼지고기 담합과 관련해 대책이 발표됐다.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교과서도 주지 않은 채 50년을 캄캄한 교실에 자습을 하고 있으라 방치해 놓고서, 스스로 생존 공식을 터득한 학생에게 이제 와서 정부가 정해준 정답대로 안 풀었다며 무더기 낙제 처분을 내리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매일 아침 국민의 식탁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저렴하고 훌륭한 단백질, 계란. 
 
하지만 이 평화로운 밥상의 이면에는 반세기 동안 ‘공영 도매시장’이라는 국가의 보호막 없이, 강한자가 주도하는 유통 정글 속에서 묵묵히 버텨온 양계·산란계 농가들의 피눈물이 서려 있다.
 
최근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도 중동발 전쟁으로 인한 사료값 폭등도 아니다.
 
다름 아닌 ‘무지한 국가 권력’이다. 국가가 방치한 사각지대에서 농가와 상인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자생적 시장 질서를, 정부가 하루아침에 ‘담합(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며 과징금 철퇴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과연 농가들은 시장을 교란한 파렴치한 범법자인가. 여러 시각으로 정부의 기막힌 '자가당착'을 고발하고, 강한자가 주도하는 지긋지긋한 유통 정글에서 벗어날 해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도매시장의 유통구조 개혁에 버려진 농가, 생존을 위한 ‘경로 의존성’
1985년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개장은 한국 농업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국내에서 생산 유통되는 거의 모든 품목(소와 돼지까지)이 ‘경매’라는 투명한 절차와 빠른 정산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때, 양계(계란·육계) 품목만 이 유통구조 개혁 프로그램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가락시장 이후 수많은 도매시장이 개장됐지만, 그 이후에 개장한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도 계란 등 양계산물에 대한 배제는 계속됐다.
 
타 품목들이 출하 다음 날 정산받을 때, 계란 농가들은 상인에게 물건을 먼저 넘기고 한 달 뒤에나 가격을 확정받는 기형적인 ‘후장기(사후 정산)’ 관행에 갇혔 있었다. 대안 없는 캄캄한 링 위에서, 이 불공정한 관행은 어느새 잘못된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거대한 ‘제도적 관성’으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농가들은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빚을 내어 규모를 키우고 직접 트럭에 계란을 실어 소비지 유통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유통 상인에게만 의존하던 굴레를 벗어나, 생산부터 유통까지 직접 책임지는 ‘수직계열화(직접 유통)’라는 눈물겨운 자구책을 스스로 만들어내며 유통과 대등한 거래 관계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반세기가 흐른 지금, 이 생존 방식은 강력한 ‘경로 의존성’을 띠게 되었다.
 
비록 그 관행 속에 위법적 요소가 일부 섞여 있다 하더라도, 이미 모든 시장 참여자가 그 척박한 규칙에 맞춰 유통 인프라를 구축했다.
뚜렷한 가락시장과 같은 공적 인프라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막대한 전환 비용(새로운 계란 가격 결정체계 도입에 의한 혼란)은 무시하고 공권력으로 이를 일거에 때려 부수는 것은 시장 전체를 붕괴시키는 야만적 처사다.
 
‘합리의 원칙’ 외면한 공정거래위원회
흔히 계란 유통을 ‘악덕 상인과 일방적 피해자인 농가’의 구도로 보지만 이는 현장을 모르는 낡은 프레임이다. 농가가 수직계열화로 유통망을 갖추고 몸집을 키운 지금, 시장의 권력 지형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정산 가격은 치열한 ‘협의’의 산물이다. 계란이 남아돌아 창고에 쌓일 때는 팔아주는 유통 상인이 운전대를 잡지만, AI나 폭염으로 계란이 턱없이 모자랄 때는 물량을 쥔 대규모 농가가 운전대를 잡는다.
 
즉, 상인은 일방적인 거악이 아니며, 공영 도매시장이라는 공정한 심판이 없는 링 위에서 양측이 수급(수요와 공급)에 맞춰 피 말리는 샅바 싸움을 하며 피 말리는 씨름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과거 유통 권력이 상인에게 기울어져 있을 때 가격 변동으로 인한 공멸을 막기 위해 농가들은 “최소한 이 가격은 받아야 한다”며 양계농가들은 1960년대부터 기준점을 고시하고 상인과 협의해 왔다. 그런데 공정위는 이 자구책을 맹목적인 ‘불법 담합’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공정거래법 특유의 법리인 ‘합리의 원칙’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 이 원칙은 겉보기에 담합 같더라도, 그 행위가 거래 비용을 낮추고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등 효율성을 높였다면 위법으로 보지 않는다.
 
농가들의 가격 협의는 탐욕적 카르텔이 아니다. 공적 심판이 부재한 깜깜이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가격의 폭락·폭등에 따른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50년 넘게 작동해 온 ‘방어적 최소 장치’였다.
 
실질적 효용은 깡그리 묵살한 채 형식적 법 문구에만 매몰된 공정위의 헛발질이다.

농가를 두 번 죽이는 국가의 배신, ‘신뢰보호’와 ‘실효의 원칙’ 훼손
가장 분노스러운 대목은 정부의 뻔뻔한 두 얼굴이다.
 
농가들이 생존을 위해 유통상인과 샅바 싸움을 하며 만든 이 ‘사적 고시 가격’을, 지난 50년간 국가 통계 조사와 수급 전망에 가장 알뜰하게 빼먹은 당사자가 바로 정부 자신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가적 재난인 AI 발생 시 농가에 살처분 보상금을 줄 때 쓴 ‘절대적 법적 기준’조차 이 고시 가격이었다.
 
법학에는 ‘신뢰 보호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국가가 50년 넘게 이 가격 체계를 공적 지표로 묵인하고 활용해 왔다면, 국민(농가)은 당연히 “이 행위는 국가가 인정한 적법한 룰”이라고 굳게 믿게 되며 국가는 그 신뢰를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
 
또한, 장기간 제재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상대방이 안심하게 만든 뒤 갑자기 칼을 휘두르는 것은 ‘실효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내가 파놓은 우물물을 50년간 달게 마셔온 정부가, 계란값이 올라 여론이 나빠지자 돌연 "이 우물은 불법 담합"이라며 우물에 침을 뱁고, 우물 판 농민을 감옥에 보내려는 기막힌 촌극이자 횡포다.

유예기간 설정과 ‘계란 정산회사’ 설립
비판이 일자 정부가 내놓은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구두 가격 조사나, 정산 기능이 실종된 온라인 도매시장은 문제의 본질(사후 정산)을 단 1%도 해결하지 못하는 껍데기 대안이다. 이 지긋지긋한 불신과 핑퐁게임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첫째, 당장 칼춤을 멈추고 대안이 나올 때까지 기존 룰을 인정해 줘야 한다.
 
새로운 투명한 질서를 세우려면 기존의 경로 의존성에 묶여 살아온 이들에게 전환을 위한 유예기간을 주고, 과거의 생존룰을 한시적으로 인정해 주는 연착륙 장치가 필수다. 대안도 없이 50년 관행을 하루아침에 소급 처벌하는 사냥식 행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둘째, 도매시장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계란정산전문 기구(정산회사)’를 도입해야 한다.
 
과거 칼질(위탁상이 출하자에게 임의로 가격을 정해 통보하던)과 멱살잡이가 난무하던 청과 시장에 평화를 가져온 건 공정위의 개입도, 검경의 수사도 아니었다.
도매법인이 농민에게 돈을 떼이지 않게 ‘결제 보증(선정산)’을 서주며 확고한 심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농안법 제정을 통해 탄생한 농산물도매시장이 정보 독점으로 유통판을 휘어잡은 위탁상, 도매상들의 힘의 불균형을 잠재우고 납득 할 만한 기준가격을 만들어냈다.
 
이를 위해서는 가락시장 도매법인에 준하는 ‘계란 정산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꼭 정부가 나서서 이를 설립할 필요도 없다. 업계에서 합의만 된다면, 도매법인 지정하듯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이나 법인에게 이 업무를 맡길 수도 있다.
전국 유통물량의 10% 아니 단 5%만이라도 이 기구를 통해 투명하게 거래되고 출하 즉시 100% 결제(선정산)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돈 떼일 염려 없이 투명하게 결제된 이 5%의 ‘실거래 정산 데이터’가 매일 쌓이는 순간, 그것은 공급 과잉 때 상인의 후려치기도, 공급 부족 때 농가의 짬짜미 오해도 원천 차단하는 반박 불가한 ‘기준가격’이 된다. 투명한 기준점이 생기면 나머지 90%, 95% 시장의 후장기 관행은 설 자리를 잃고, 공정위가 헛발질할 이유도 사라지는 혁신이 펼쳐진다.

산란계농가 범지자 아닌 정부의 직무 유기 피해자
양계, 산란계 농가는 결코 범죄자가 아니다.
 
국가의 철저한 방관 속에서도 빚을 내어 스스로 유통의 길을 개척하며 5,000만 국민의 단백질을 지켜낸 생존자들이자, 불합리한 제도적 관성 속에서도 묵묵히 제 몫을 다해온 소시민들이다.

계란 생산과 유통을 함께 하는 농가 대상으로 강의를 한적이 있다.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농축산물을 출하하면 익일 안에 대금을 바로 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강의를 들은 어떤 사장님은 그게 사실이냐고 여러 차례 물어온 적이 있었다. 자신은 마트에 납품하는데 납품 후 한달 뒤에 정산을 받는다며 그런 경로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정부가 그간의 직무 유기에 대해 답하고 책임질 차례다.
다른 품목에는 제공했던 공적 유통경로와 정산서비스를 산란계 농가에게는 제공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차별적 유통 행정의 책임을 힘없는 농가에 전가하며 사지로 모는 현 행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과징금 부과로 산란계 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말고, 그 행정력을 당장 양측의 권력을 투명하게 완충할 ‘계란 정산회사(결제 보증 시스템)’를 구축하는 데 쏟아부어야 한다.
 
그것만이 50년 피눈물을 삼켜온 농가의 억울함을 씻어주고, 소비자의 밥상 물가를 현명하게 안정시키는 유일하고도 확고한 정답이다.

출처: 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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