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실 외면한 공정위 심의
생산비 밑도는 산지 가격 현실
제재보다 가격 구조 점검 시급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산란계협회 심의가 진행된 가운데, 계란값 상승 책임을 생산자단체에 돌리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는 계란 가격 상승의 원인을 협회 고시가격으로 돌리는 시각이 실제 수급 구조와 농가 경영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8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심판정에서 ‘대한산란계협회의 사업자단체금지행위에 대한 건’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공정위 심사관 측은 협회의 가격 고시 행위가 계란 산지가격 형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심의는 단순한 행정제재 문제를 넘어 생산자단체의 역할과 계란 가격 결정 구조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앞서 제재 확정 시 정책자금 지원 배제와 협회 설립허가 취소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생산 현장에서는 협회 존립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산란계협회와 농가들은 “원가도 못 건지는 상황에서 담합과 폭리를 말하는 것은 현장을 외면한 판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협회 자료에 따르면 계란 1개의 총 판매원가는 생산원가 128.5원에 선별·세척·포장비 53.5원을 더한 182원 수준이다. 30구 한 판 기준으로는 최소 5460원 이상을 받아야 본전을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축산물품질평가원 기준 산지 평균 판매가격은 2024년 개당 163.5원, 2025년 178.8원으로 협회가 제시한 원가에 미치지 못했다. 농가들이 “밑지고 파는 상황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가격 상승 배경을 두고도 시각 차이는 크다. 협회는 최근 계란 수급 불안의 원인으로 고병원성 AI에 따른 대규모 살처분, 저병원성 AI·IB 등 질병 확산, 산란율 저하, 노계 증가, 사육밀도 개선 정책에 따른 입식 축소 우려 등을 들고 있다. 계란 가격은 생산자단체 고시 하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급 기반과 질병, 유통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생산자단체의 가격 고시는 강제 가격이 아니라 농가가 유통상과 거래할 때 참고하는 협상 지표였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축평원 가격이 이미 거래가 끝난 뒤 집계되는 평균가격인 만큼, 당일 거래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심의 전부터 이어진 강한 제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심의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결과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현장에 크다”며 “계란 가격 문제를 농가와 생산자단체 책임으로만 몰아가면 산업 기반은 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계란값 안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해법이 생산자단체 제재와 농가 압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AI와 질병, 사육기준 변화, 유통 구조, 생산비 상승을 함께 봐야 한다.
계란 가격을 잡겠다는 명분이 정작 계란을 생산하는 농가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출처: 축산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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