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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팩트체크] 계란 담합 제재, 진짜 문제는 60년간 비워 둔 도매시장

작성일2026-05-18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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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산란계협회에 과징금 5억9400만원…농식품부는 법인 허가 취소까지 검토
60년간 빠진 공적 가격발견 인프라, 정부 스스로의 활용 이력 등 핵심 쟁점 외면 부제
농안법상 '정산회사' 도입이 정공법 — 거래안정성 확보로 자연스러운 가격발견 유도
계란선별표장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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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1. 사건의 구도 — 정부가 그린 그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14일 사단법인 대한산란계협회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향후 금지명령·구성사업자에 대한 법 위반 사실 통지명령·임직원 교육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9,400만 원을 부과했다. 국내 산란계 사육수의 56.4%를 차지하는 580개 농가가 회원으로 가입한 협회를 정조준한 결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같은 날 협회가 민법상 법인 설립 취지에 반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설립 허가 취소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지가격 정보 체계 역시 민간 단체 중심에서 전문 연구기관·공공기관(축산물품질평가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도 재확인했다.

공정위 논리의 골격은 세 가지다.

첫째, 2023년부터 2025년 6월까지 계란 실거래 가격이 협회가 정한 기준가격과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둘째, 같은 기간 협회가 기준가격을 9.4% 인상한 반면 사료비 등 원란 생산비는 안정세를 유지해 기준가격과 생산비의 격차가 2023년 781원에서 2025년 1,440원으로 확대됐다.
셋째, 산지 가격이 도매·소매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인위적 가격 가이드라인이 소비자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결론이다.

과징금 산정 근거도 공개됐다. 협회의 2026년도 예산 약 8억 원을 기준으로 55%의 부과율을 적용했고, 위반 기간 3년 초과를 이유로 50%를 가산, 조사 협조를 이유로 10%를 감경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사실상 협회 1년 예산을 통째로 회수해 가는 수준이다.

이 결정은 표면적으로 매끄럽게 정리된 듯 보인다. 그러나 농산물 시장 구조와 가격형성 원리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논리에는 결정적 공백 네 군데가 있다.

2. 팩트체크 ① — "생산비는 그대로인데 가격이 올랐으니 담합이다"
정부 측 주장: 2023~2025년 사료비 등 원란 생산비는 안정세였는데 협회가 기준가격을 9.4% 인상해 결과적으로 농가가 폭리를 취했다.

현장의 사실: 농산물 가격은 생산비가 아니라 수급이 결정한다 — 이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이며, 정부 스스로 다른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원칙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농산물 가격을 결정하는 1차 요인은 생산 원가가 아니라 공급과 수요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1,134만 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되면서 상반기 공급은 급감했고,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2021년 296개에서 2025년 350개로 약 18% 증가했다.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동시에 일어난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인위적 개입이 아니라 시장 기능의 작동 결과다.

정부 논리가 일관되려면 생산비가 오를 때 가격이 오르는 메커니즘도 동등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농식품부는 낙농 분야의 '원유가격 연동제(생산비 연동)'를 두고 "수급과 무관하게 가격을 올리는 구조"라며 폐지를 추진해 왔다.

같은 정부 부처가 한쪽에서는 '생산비 연동은 시장 원리에 반한다'고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생산비가 안 올랐는데 가격이 올랐으니 담합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논리다.

비교 사례도 분명하다.

같은 기간 쌀 가격은 생산비 차이가 미미함에도 1년 만에 25%가량 폭등했지만, 정부는 이를 담합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대규모 살처분이 반복된 계란이 2년간 합산 9.4%(연평균 약 4.6%) 오른 것을 '인위적 가격 인상'으로 단정하는 것은, 동일 잣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선택적 규제다.

더 중요한 점은 인과관계의 부재다.

산란계협회 측이 공정위 심판정에서 지적했듯, 협회가 참고가격 제공을 중단한 지 1년이 가까운 현재 산지 계란가격은 특란 기준 개당 200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협회의 가격고시가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면, 고시 중단 후 가격은 하락해야 한다.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는 사실은 가격 결정의 본질이 수급에 있음을 역설적으로 입증한다.

3. 팩트체크 ② — "기준가격과 실거래가가 비슷하니 가격을 통제한 것이다"
정부 측 주장: 협회가 권역별·중량별 기준가격을 결정·통지한 결과 실거래 가격이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형성됐고, 이는 곧 농가 간 가격 경쟁을 제한한 증거다.

현장의 사실: 두 가격이 일치한 것은 담합의 결과가 아니라, ① 공적 가격발견 인프라가 60년간 부재했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협회 발표 가격을 유일한 참조점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② 최근 공급 부족으로 형성된 '생산자 우위 시장'에서 협회 발표가가 실거래가에 수렴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핵심은 이 지점이다.

1985년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이 개장한 이래 청과물은 가락시장 경락가격, 한우 등 쇠고기는 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 가격, 돼지고기는 전국 도매시장·공판장 경락가격이 공식 기준가격으로 기능해 왔다.

1985년 가락시장 건설에는 세계은행 차관 5,000만 달러를 포함한 993억 원이 투입됐다. 이후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이 추가로 들어섰다.

그런데 같은 가락시장에서 출범 당시 거래되던 닭과 계란만은 이후 모든 공영 유통구조 개선사업에서 일관되게 제외됐다.

투명한 가격발견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공적 도매 인프라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에서, 농가가 유통상인과의 비대칭적 협상에서 일방적 가격 후려치기(D/C)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시세를 조사·발표한 것이 협회 가격고시의 60년 역사다.

공정위도 1960년대 농가들이 유통상인에게 계란을 먼저 넘기고 나중에 정산받는 후장기 방식에 묶여 있던 상황, 공적 거래 기준이 없던 환경에서 농가들이 기준가격을 발표하는 자구책을 택한 사실을 인정해 왔다.
실제로 공정위는 2009년 경고, 2011년 주의 조치에 그쳤고 2019년에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고시가격과 실제 거래가격 사이에 차이가 있어 강제성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준가격과 실거래가가 유사하게 형성된 것은 담합의 결과가 아니라 두 가지 시장 조건이 겹친 결과다.

첫째, 60년간 공적 가격발견 메커니즘이 부재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 모두가 협회 발표 가격 외에는 참조할 가격을 갖지 못했다.

둘째, 최근 HPAI 여파로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서 시장 주도권이 농가로 넘어간 '생산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공급 과잉기에는 협회 고시가와 무관하게 D/C(할인) 후장기 정산으로 농가 수취

가격이 30~40원씩 깎이는 일이 반복돼 왔다는 사실은, 협회 고시가격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다.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협회가 고시한 가격이 시장을 통제했다고 봐야 하지만, 시장 국면이 바뀌면 그 가격은 종이 위 숫자에 불과해진다. 강제할 수단이 없는 정보 제공이 어떻게 '경쟁 제한'으로 성립하는지에 대한 법리적 해명이 부족하다.

4. 팩트체크 ③ — "고시가격이 거래 가격을 사실상 강제했다"
정부 측 주장: 협회의 통지 내용이 거래 지침으로 작용해 유통 시장의 가격 자율성을 침해했다.

현장의 사실: 계란 거래는 출하 시점에 가격이 확정되지 않는 '후장기(後場期) 사후정산' 구조로 운영된다. 협회 고시가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일 뿐, 실제 농가 수취가는 4~6주 뒤 유통상인이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강제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농식품부 스스로 2024년 7월 정책 발표에서 이 점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계란 유통상인은 농가에서 계란을 구입할 때 매입 금액을 확정하지 않고 선별 과정에서 발생한 등외란 비중, 납품업체에 판매한 가격 등을 고려해 매입 4~6주 뒤에야 비로소 농가에 가격을 확정해 대금을 정산하는 '후장기 할인(D/C) 대금 결제' 방식을 관행적으로 지속해 왔다는 진단이 그것이다.

이 구조에서 협회 고시가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이다.

후장기 거래에서는 유통업자가 도매·소매 단계 판매를 마친 이후 판매 가격과 손실 등을 반영해 농가에 지급할 금액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시 가격이나 시세를 기준으로 일정 금액이 차감되며, 농가는 최종 정산 시점이 되어서야 실제 수취 가격을 확인한다.

즉 동일한 협회 고시가 1,000원에 대해 생산자 우위 시장에서는 농가가 1,000원 가까이 받지만, 구매자 우위 시장에서는 D/C로 200~300원씩 깎여 700~800원만 수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장기 가격 하락기에는 계란 생산자 수취가격이 47원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유통상인들이 계란생산자들로부터 수집한 계란을 최고 65원에 처분하며 폭리를 취하는 등 후장기로 인해 생산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누적돼 왔다. 만약 협회 고시가가 시장을 '강제'했다면 농가 수취가가 47원까지 떨어지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

공정위 의결에는 이 시점간·국면간 비대칭성에 대한 분석이 없다.

가격이 오르는 국면 한 시기의 가격 일치 현상만을 잘라내어 '강제성'의 증거로 삼는 것은, 60년간 농가가 후장기·D/C 관행 아래서 일방적 가격 책정에 노출돼 온 구조적 현실을 외면한 결론이다.

5. 팩트체크 ④ — "공공기관이 가격을 발표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정부 측 주장: 협회 기준가격 발표를 폐지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매일 권역별 실거래 산지가격을 조사·발표하면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된다.

현장의 사실: 가격을 누가 '조사·발표'하느냐는 부차적 문제다.

본질은 가격을 발견(price discovery)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공급망에 가격발견 인프라를 만들지 않은 채 사후 조사 기능만 공공으로 이관하는 것은, 60년간 부재했던 도매시장을 또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먼저 사실관계를 보자.

농식품부는 2024년 7월 '계란 가격·조사 발표 체계 및 농가-유통인 거래 방식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표준거래계약서 활용, 후장기 할인(D/C) 대금 결제 방식 폐지, 생산자단체 가격고시 폐지,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산지 거래 가격 조사·발표를 패키지로 내놨다. 그러나 시행 결과는 정부의 기대와 달랐다.

후속 시도는 곧바로 자기모순에 부딪쳤다.

생산자·유통인단체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물품질평가원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계란가격조정협의체'를 구성하고 '계란산지가격전망' 자료를 9월 23일부터 11월 18일까지 6차례에 걸쳐 발표했지만, 공정위는 '생산과 유통을 대표하는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가격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담합'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정부가 직접 만든 가격 형성 채널 자체가 담합 행위로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공언한 '공적 가격 발표 체계'는 첫 번째 시도부터 출구 없는 모순에 빠졌다.

축평원의 단순 조사·공시 방식도 신뢰성 한계를 안고 있다. 표본 농가·유통인이 매일 거래가격을 입력하는 방식인데, 이 가격 자체가 실제 정산이 끝난 가격이 아니라 출하 시점에 잠정 책정된 가격이라는 점이 본질적 문제다.

즉 4~6주 뒤 D/C로 깎일 가격을 미리 입력하는 구조로, '실거래가'라는 외형은 갖췄지만 농가가 실제로 수취하는 가격과는 괴리가 있다.

근본 원인을 다시 짚어야 한다. 가격발견이란 단순히 사후 가격을 집계해 발표하는 행위가 아니다. 다수의 구매자와 판매자가 한 거래 채널에서 만나, 매 거래마다 실시간으로 가격을 합의하고, 그 결과가 즉시 시장에 공표되며, 누적된 거래 데이터가 다음 거래의 참조점이 되는 순환 구조-그것이 바로 도매시장이라는 가격발견 메커니즘의 정의다.

청과물·한우·돼지고기 모두 이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공적 가격이 자연 형성된다. 그런데 정부는 같은 인프라를 계란에는 60년간 만들지 않은 채, 이제 와서 '공공기관이 가격을 조사·발표하면 된다'는 표면적 처방만 내놓고 있다.

6. 팩트체크 ⑤ — 정부 스스로의 자기모순
정부 측 주장: 협회의 산지 기준가격 발표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서 위법하다.

현장의 사실: 정부는 협회 발표 가격을 ① 살처분 보상금 산정 기준으로 공식 활용해 왔고, ② 각종 행정 통계의 기초 자료로 채용해 왔으며, ③ 2019년에는 동일한 행위를 무혐의 처리했다. 같은 행위를 시점에 따라 정반대로 평가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의 명백한 훼손이다.

가장 결정적 사실은 첫 번째다. 농식품부 고시 「살처분 가축 등에 대한 보상금 등 지급요령」은 산란계협회 참고가격을 보상 기준으로 명시해 왔다.

AI 발생 시 강제 살처분 농가에 지급되는 보상금 산정의 공식 근거가 바로 협회 고시가격이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공인된 거래 가격'으로 인정해 행정 처분의 기초로 사용해 온 가격을, 같은 정부가 이제 와서 '담합 가격'으로 규정하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는 단순한 모순이 아니라 신뢰보호 원칙의 문제다. 행정법 일반 원칙상 행정청이 일정한 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전제하고 이를 행정 처분의 근거로 사용해 왔다면, 사후에 같은 행위를 위법으로 규정해 제재하는 것은 신뢰보호 원칙 위반 소지가 크다.

2019년의 무혐의 결정도 같은 맥락이다. 공정위는 그해 동일 사안에 대해 시장 구조상 담합 성립이 어렵다는 취지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번 의결에서 공정위는 "과거에는 단순 시세 정보 제공 성격이었지만 이번에는 협회가 독자적으로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논리로 차이를 두었지만, 협회의 행위 방식(권역별 중량별 가격 조사 후 회원사에 통지)은 60년간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통보 양식의 제목이 '계란시세정보'에서 '계란가격정보'로 바뀐 정도의 형식적 변화로 무혐의에서 과징금 5억 9,400만 원으로 결론이 뒤집힌 것은,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도 설명이 부족하다.

요컨대 거래당사자 간 실제 거래 가격은 사기업과 농가의 영업비밀이다. 청과물·축산물의 경우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정부가 '경매 → 익일 정산'이라는 공적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거래 데이터를 가져가는 법적 계약 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계란에는 이런 공적 서비스도, 정산 인프라도, 도매시장도 제공하지 않으면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가격 정보만 공시 의무화하는 것은 권리·의무의 비례성 차원에서도 의문이 남는다.

7. 진짜 문제 — 60년간 비워 둔 가격발견 인프라
지금까지의 팩트체크가 가리키는 결론은 분명하다.

산란계협회의 가격 고시는 60년간 정부가 만들지 않은 공적 가격발견 메커니즘의 빈자리를 시장이 자력으로 메우려 한 자구책의 산물이다.

이를 '담합'으로 규정해 6억 원 가까운 과징금과 법인 허가 취소 검토라는 강도 높은 제재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의 본말을 뒤바꾸는 것에 가깝다.

같은 농축산물 가운데 청과물(가락시장 등 32개 공영도매시장), 한우(농협 음성축산물공판장), 돼지고기(전국 도매시장·공판장 경락가격)는 모두 공적 가격발견 메커니즘을 통해 매일 투명한 기준가격이 자연 형성된다.

농가는 출하 다음 날 100% 정산을 받는다. 가격은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동시에 공개된다. 누구도 '담합'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계란만 ① 도매시장도, 공판장도 없고, ② 출하 후 1~2개월 후장기 정산이 관행이며, ③ 가격은 유통상인이 사후에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이 구조에서 생산자단체가 시세 정보를 자체 조사해 발표해 온 것을 두고 "왜 정부 공공기관 정보를 쓰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60년간 인프라를 비워 두고 시장에 알아서 풀라고 한 정부 스스로의 직무유기를 외면한 질문이다.

8. 대안의 방향 — '가격 발표 주체' 교체가 아닌 '가격 발견 메커니즘' 신설
문제 진단이 '가격발견 인프라 부재'라면, 해법은 가격 조사 기관을 협회에서 공공기관으로 바꾸는 표면 조치가 아니라 가격발견 메커니즘 자체의 신설이어야 한다. 이미 청과·한우·돼지가 활용 중인 농안법상 정산조직(정산회사) 모델을 계란에도 적용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정산회사는 거래 대금의 안전한 정산을 보증하는 공적 기관이다. 농가가 출하한 즉시 표준거래계약서에 따라 수량·규격·단가가 확정되고, 정산소가 단기간 내 농가에 선정산하며, 누적된 실거래 데이터가 자동으로 권역별·규격별 가중평균가로 산출되어 공적 기준가격이 된다.

이 모델의 결정적 미덕은 정부도 협회도 가격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은 실거래 데이터의 누적 결과로 '발견'된다. 공정위 담합 시비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동시에, 농가는 후장기·D/C 관행에서 해방된다.

가격발견의 부재와 거래안정성의 결여 — 계란 시장의 두 본질적 병폐는 동전의 양면이다.

거래 시점에 가격이 확정되지 않으니 정산이 늦고, 정산 데이터가 누적되지 않으니 공적 기준가격이 형성되지 못한다. 정산회사는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푸는 단일 해법이다.

1985년 가락시장 건설에 정부가 993억 원과 세계은행 차관 5,000만 달러를 투입한 것에 비추어 보면, 계란 분야의 인프라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재정·제도적 투자는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농안법 개정으로 계란 정산조직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aT 온라인도매시장과 정산소를 연계하며, 표준거래계약서 법제화를 패키지로 추진하는 방안 — 그 구체적 설계와 단계적 도입 경로는 별도의 후속 기획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9. 시사점 — 무엇을 위한 규제인가
공정위 의결문은 법리상 정밀할 수 있다.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의 문언적 해석에 따르면, 회원사들에 가격 정보를 통지한 행위가 경쟁 제한적 효과를 가졌다는 결론에 도달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이번 의결이 답하지 못한 질문이 있다. 협회가 가격을 고시하지 않으면 누가 농가를 D/C·후장기 관행으로부터 보호하는가.

협회의 가격 정보가 사라진 자리에서 어떤 메커니즘이 가격발견 기능을 대체하는가. 60년간 정부가 만들지 않은 공적 도매 인프라의 부재라는 근본 원인은 누가 책임지는가.

규제는 시장의 자생적 자구책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자력으로 풀지 못하는 문제를 푸는 데 쓰여야 한다.

공정위 제재 6억 원과 농식품부 법인 허가 취소 검토라는 강수가 계란 가격 안정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적어도 이번 발표에는 담겨 있지 않다.

계란 가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답은 명확하다.

다른 축종처럼 공적 가격발견 인프라를 갖추는 것 — 그것이 정부가 60년 미뤄 온 숙제다.

생산자단체의 영업비밀 가격 정보를 공시 의무화하는 것보다 먼저, 정부가 자기 부처의 직무유기 60년을 돌아볼 차례다.

※ 정산회사(정산소) 모델의 구체적 설계, aT 온라인도매시장과의 연계 방안, 단계적 도입 경로는 후속 기획기사에서 상세히 다룬다.

출처: 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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