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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농식품부의 경찰 수사로 계란값 잡겠다는 발상

작성일2026-07-29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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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계란 매주 2000만개 공급에도 계랍값 안 잡히자 또 ‘담합’ 타령
국내 농가 보호 육성해야할 정부...계란 상시 수입 체제 전환 검토까지
농식품부 확대 간부회의에서 모두 발언 중인 송미령 장관.
농식품부 확대 간부회의에서 모두 발언 중인 송미령 장관.

[팜인사이트 김재민 기자]
계란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농림축산식품부 내부에서 또다시 ‘담합’과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주당 1700만 개, 2000만 개에 달하는 수입 계란을 시장에 쏟아붓고 있음에도 소비자 가격이 떨어지지 않자, 정책 실패의 원인을 수사기관이나 국세청을 동원해야 할 ‘음지의 담합’ 탓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송미령 장관이 주재한 지난 7월 24일 농림축산식품부 확대간부회의 대화록을 들여다보면, 정책당국이 국내 축산 기반의 붕괴 현실과 거시경제 흐름, 그리고 시장 생리를 얼마나 일차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날 회의에서 식량정책실장은 “수입 계란이 대량 들어오는데도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이 안 떨어지고 있다”며 “작년에도 이유 없이 높은 상태가 유지됐고, 담합 조치 여파가 나타나는 와중에도 가격 변동이 없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고발이나 경찰 수사까지 거론하자, 송 장관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 뿌리를 뽑으라”고 주문했다.

증거도 없이 가격이 내리지 않는다는 결과만 가지고 ‘담합’을 의심하고 수사권 발동을 운운하는 모습은 농정당국의 무능을 자화상처럼 보여준다.

우선 계란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급률 100%를 자랑하던 대표적인 효자 농산물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정부가 동물복지 직불제나 사육밀도 규제, 각종 환경 및 방역 규제를 덕지덕지 붙이면서 국내 생산 기반이 눈에 띄게 위축됐다.

과도한 규제로 생산비가 상승하고 농가 수가 줄어들면서 자급률 하락을 자초한 주범은 다름 아닌 정부 정책이었다.

생산 기반을 무너뜨려 놓고 가져온 수입 대책 역시 터무니없는 재정 낭비의 연속이다. 정부는 수급 안정을 명목으로 올해 8월까지 무려 1,212억 원의 국고를 계란 수입 및 유통에 쏟아붓고 있다. 수입 계란은 현지 구입비에 항공 운송료, 검역비, 콜드체인 물류비 등이 더해지면서 한 판(30구)당 실제 수입 원가가 2만 원 선에 육박한다. 국내산 30개들이 특란 소비자 가격이 8,000원~1만 원 초반 내외임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처럼 실제 원가가 2만 원에 달하는 수입란을 소매점에 4,000원~5,000원대에 넘기고, 소비자에게 6,000원에 팔 수 있도록 그 거대한 차액을 전부 막대한 국민 혈세로 메꿔주고 있다. 한 판당 1,000원~1,500원씩 들어가는 할인 지원금과 납품단가 인하 보조금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적자 구조다. 혈세를 쏟아 부어가며 비싼 수입란의 몸값을 보충해 주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국산 소비자가격 하락 효과는 미미하다.

이는 국내산 농산물은 1990년대 이후 ‘신토불이’ 운동을 거치며 독자적인 프리미엄 시장을 구축해 왔다. 신선도가 핵심인 신선란의 경우, 소비자들은 당연히 국내에서 생산돼 빠르게 유통되는 국산 계란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혈세까지 써가며 아무리 수입 신선란을 들여온 들, 국산 계란을 대체해 소매가격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경제적 여건과 소득 수준의 변화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계란 한 판에 1만 원이라는 가격은 10년 전에는 선뜻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난 10년간(2016년~2026년) 소비자물가가 약 25% 상승하는 동안,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원화 기준으로 3,100만 원대에서 5,200만 원대로 64% 이상 급증했다. 국민 소득 증가와 화폐 가치 변화를 고려할 때, 현재의 계란 가격은 소비자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존재한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소매업자는 이러한 소비자의 수용 능력과 구매 의향을 정밀하게 파악해 재고 리스크 없이 최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규제 여파와 혈세 낭비, 유통 생리 및 소비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없이, “물량을 쏟아부었는데 가격이 안 떨어지니 누군가 뒤에서 담합하고 있을 것”이라는 식의 추론은 지극히 위험하다. 이는 정책 실패와 재정 낭비의 책임을 시장 참여자들의 ‘도덕적 해이’나 ‘불법 행위’로 몰아가려는 전형적인 프레임 씌우기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농정당국의 본분을 잊은 태도다. 수급 불안이 반복되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직을 개편해 계란을 수입할 수 있는 ‘상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입 축산물의 공습으로부터 국내 양계산업을 보호하고, 사육 기반을 활성화해 자급률을 회복시킬 대책을 제시해도 모자랄 판에, 주무 부처의 책임자들이 모여 수입을 제도화하고 상시화하자는 논의를 펼치고 있는 꼴이다.

국내 농가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농림축산식품부가 스스로 ‘수입 유통 대행업체’로 전락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판당 2만 원짜리 수입란에 천문학적인 혈세를 부어가며 임기응변하는 땜빵식 수입을 상례화하는 것은 결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규제 완화와 지원을 통해 국내 산란계 산업의 생산 기반을 복원하고, 유통 단계의 투명성을 높이며, 수급 조절 기능을 시장 친화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농정당국 본연의 의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취지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명확한 물증도 없이 시장의 가격 형성 메커니즘 전체를 ‘음모’나 ‘담합’으로 규정하고, 사법 기관의 힘을 빌려 가격을 잡겠다는 발상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태도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누가 사재기 하고 있는 것 아니냐, 담합하는거 아니야 하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다가 아니다.

과도한 규제 정책과 혈세를 쏟아붓는 수입 위주의 수급 대책이 올바랐는가이다. 소매업자의 가격 책정 원리와 국민 소득 변화에 따른 소비 여력조차 읽어내지 못한 채, 국내 산업 보호라는 본분마저 버리고 수입 상시화와 칼자루부터 빼 드는 농정으로는 계란값도, 농가 신뢰도, 국가 식량안보도 모두 잡을 수 없다. 당국이 정녕 뿌리 뽑아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시장 생리와 농업의 가치를 무시한 채 관성적으로 반복되는 1차원적 행정 편의주의다.

출처: 팜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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