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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시각] 계란 가격정보, 없앨 게 아니라 다시 설계하라

작성일2026-08-14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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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경제신문 이준상 기자]
가격을 정하는 일과 가격을 판단할 정보를 주는 일은 다르다. 계란값 논란은 이 둘을 충분히 구분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산란계협회가 지역별 기준가격을 정해 구성사업자에게 통지한 행위를 가격경쟁 제한으로 판단했고, 농림축산식품부도 7월 29일 협회의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했다. 단체가 하나의 가격을 정해 회원에게 통지하는 방식은 정보 제공과 가격 결정의 경계가 흐릿했던 게 사실이다. 그 방식을 그대로 되살릴 이유는 없다.

문제는 순서다. 기존 장치를 멈춰 세운 뒤, 그날의 수급을 반영해 거래 기준을 찾아가는 새로운 체계는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정부도 거래 기준의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공판장은 4개소가 운영되지만 2025년 거래 규모는 전체 계란 거래액의 약 3.6%에 그친다. 2030년까지 10개소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에 거래 기준가격을 찾아내는 ‘가격발견’을 목적으로 내건 것 자체가 그 기능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농식품부도 공정위 제재 직후 공공기관을 통한 가격 조사·발표 체계와 표준거래계약서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하는 실거래가격은 시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다. 다만 물량을 먼저 넘기고 나중에 정산하는 후장기 거래가 남아 있는 한, 조사 시점에 가격이 확정되지 않는 거래를 어디까지 담아낼 수 있는지는 과제로 남는다. 게다가 계란값은 사육 마릿수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다. 산란율과 계군 주령, 질병과 기온, 재고와 수요가 함께 움직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8월 산지가격을 특란 10개 2150원 안팎으로 전망하면서 기상여건에 따른 산란율 변동을 변수로 단 것도 같은 이유다. 어제의 가격만으로는 오늘의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하나의 ‘정답 가격’이 아니다. 실거래가격에 생산량과 산란율, 재고, 입식·도태, 질병, 기상, 수입물량을 함께 얹어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정보체계다. 조사 방법과 표본을 공개하고 생산자와 유통인, 전문가가 함께 검증하되 특정 주체가 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 표준거래계약서도 이런 공공지표와 맞물릴 때 비로소 갈등을 줄이는 장치가 된다.

정보의 공백은 중립적이지 않다. 기준이 약해진 시장에서 협상력은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쪽으로 기운다. 이는 생산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입 기준이 흐려지면 유통인 역시 수요처와의 협상과 사후 정산에서 근거를 잃는다. 경쟁을 살리자는 조치가 정보 격차를 키운다면 처음 의도와 다른 결과다. 공정위가 문제가 된 방식을 멈춰 세웠다면, 이제 농식품부가 할 일은 그 자리에 더 투명한 거래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심하기에 앞서 시장이 누구에게나 보이는 정보 위에서 움직이도록 만드는 일이 먼저다.

출처: 축산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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