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증거는 없다, 뿌리를 뽑으라"…계란 산업 농단의 몸통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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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6-09-18
작성자대한산란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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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4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확대간부회의실. 이 자리에서 나온 대화 하나가, 올 한 해 계란 산업이 겪은 파국의 축소판이었다. 산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고에 P 실장이 먼저 말했다. "가격이 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안 떨어지고 있어요." 지난해도 같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이유 없이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가 됐었잖아요"라고 했고, 곁에서 곧바로 되받았다. "이유 없이 높다는 건, 이유가 있는 거죠." 근거는 그때부터 필요 없어졌다. "우리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미치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동의했다. "그게 제 현장 사람들한테도 많이 들리고 있어요." 그리고 곧바로 스스로 무너뜨렸다. "다만 저희가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증거가 없다는 자백이 나온 바로 그 자리에서, 지시는 정반대 방향으로 튀었다. 국세청을 부를지 경찰 수사를 시킬지 고민 중이라는 말에, 송미령 장관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십시오." 이미 끝낸 조치 위에 또 얹은 칼 이 발언들이 나온 시점을 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와 과징금 부과는 이미 끝난 뒤였다. 회의 당일, 산란계 생산자단체의 존폐가 결정될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P 실장 스스로 밝혔다. "그 영향이 아마 오늘 산란계협회 존폐 위기가 결정이 될 거 같은데요." 수입도, 과징금도, 사단법인 인가 문제도 손을 다 쓴 뒤였다. 그런데도 회의는 멈추지 않았다. P 실장은 aT의 계란 수입 체제를 상시화하겠다고 보고했고, 송 장관은 시점까지 못 박았다. "내년부터 하시면 안 되고, 당장 오늘부터 하신다고 생각하셔야 됩니다." 그리고 이 한마디로 회의를 정리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거는 반드시 그 파헤쳐 가지고, 그 뿌리를 뽑아버리자고요." P 실장의 응답이 이 회의의 본질을 스스로 증언했다.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는데, 뭐랄까 증거가 없어서... 우리 힘이 아니더라도, 다른 힘을 통해서라도 뿌리 뽑고..." 증거가 없다는 자백과, 다른 힘을 동원해서라도 뿌리를 뽑겠다는 다짐. 이 두 문장이 같은 사람,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이것이 정책이 아니라 '작전'이었다는 근거다. 계란 산업 농단의 실체 이날 회의는 시작이 아니라 연장전이었다. 그 이전부터 계란 생산자단체에는 국가 권력이 총동원됐다. 공정위 조사를 의뢰해 과징금 폭탄을 안겼고, 농가들의 유일한 구심점인 사단법인 인가를 취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수십 년간 이어진 민간 자율 가격조사·발표 관행까지 틀어막았다. 국민 세금으로 계란 2억 개를 무차별 수입해 시장을 흔들었고, 대형마트에 할인쿠폰을 살포해놓고 그 할인가를 기준으로 물가를 발표하는 통계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다. 시장의 정상적인 수급 원리와 생산 농가의 정당한 권익 활동을, '카르텔'이라는 이름 하나로 범죄화한 것이다. 증거가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국세청과 경찰까지 동원하겠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이 정도의 행정력을 동원해온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책 실패가 아니라 농단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대기업과 특정업체로 이 농단의 씨앗은 정책 실패 그 자체에 있었다. 마리당 사육면적을 0.075㎡로 제한하는 규제를 기존 농가에까지 소급 적용하면서, 산란계 마릿수가 줄고 계란 공급 부족이 현실로 닥쳤다. 정상적인 행정이라면 이 시점에서 규제 설계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도와 방식을 바로잡아야 했다. 농식품부가 택한 길은 정반대였다. 부족해진 공급을 메우겠다며 대기업에 양계장 건설사업 참여를 종용하고 나섰다. 그리고 태백시의 '스마트축산단지조성사업'에서는, 여러 농가가 함께 들어서는 복합단지라는 명분 아래 특정 1개 업체(가농바이오)에 260억 원의 국비·지방비 보조금을 배정했다. 기존 농가들은 가축사육제한구역과 가축분뇨법 등 규제에 막혀 증설조차 못 하는 사이, 이 업체는 정부 지원 속에 사육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길을 열어줬다. 뒤이어 배정된 3,000억 원 규모의 시설 현대화 예산 역시 지역·보증 조건상 기존 농가는 접근하기 어렵고 특정 업체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급 실패를 자신들이 만든 규제 탓으로 인정하는 대신, 대기업 동원과 특정 업체 몰아주기로 땜질한 것이다. '억강부약'을 내걸고 정작 '억약부강'을 실행한 셈이다. 폭락을 성과로 포장해, 농민을 두 번 죽이다 같은 시기, 이 정부의 다른 얼굴이 있었다. 4월 농축산물 물가에서 양파는 32.0%, 양배추는 46.8%, 당근은 42.0% 폭락했다. 축산물 물가가 5.5% 오른 것과 정반대였다. 이 추세는 여름 내내 이어졌다.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농식품부는 전체 물가가 3.1% 오르는 가운데 농축산물 물가는 3.5%, 농산물은 6.7% 떨어졌다고 발표하며 이를 '안정적 물가 관리'이자 '소비자 부담 완화 기여'라고 자평했다. 이 발표는 두 번째 가해였다. 첫 번째는 양파·양배추·당근·배추·토마토 등 주요 채소류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할 만큼 폭락한 그 자체였고, 두 번째는 그 폭락으로 농민이 흘린 피눈물을 정부 스스로 '성과'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치적 홍보에 쓴 것이었다. 이 품목들에 국세청이 동원된 적은 없다. 정부가 내놓은 것은 비축 확대와 최대 40% 할인쿠폰, '소비자 부담 완화'라는 말의 반복이 전부였고, 생산비 보전이나 가격 지지 같은 근본 대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콩 농가들도 다른 방식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쌀 과잉을 완화하겠다며 콩 재배를 장려해놓고는 불과 몇 달 사이 감축 논의가 나왔다가 "감축 계획 없다"는 차관 발언이 다시 나오는 등 정부 스스로 말을 바꿨다. 공공비축 매입물량은 지난해 절반으로 줄었고,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콩 생산량 수치조차 틀리게 답변했다. 한 지붕 아래서 벌어진 일 — 그리고 능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양파·양배추·당근의 방치와 통계 포장, 콩의 오락가락, 계란의 규제 실패와 대기업·특정업체 몰아주기, 그리고 산란계협회를 겨냥한 국세청·경찰 동원 지시까지 — 이 모든 일은 서로 다른 부서의 별개 사건이 아니다. 원예작물은 유통소비정책관실, 콩은 식량정책관실, 계란은 축산정책관실 소관이며, 이 세 정책관실은 모두 식량정책실이라는 한 지붕 아래 있다. 한 실장 체제 아래서 반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다. 규제 설계가 잘못될 수 있고, 수급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 문제는 실패를 마주했을 때 이들이 택한 태도다. 헌법상 공직자는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할 의무를 진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규제가 낳은 부족 사태를 인정하는 대신 대기업을 불러들이고 특정 업체에 예산을 몰아줬고, 가격이 오른 계란 생산자는 증거 없이 범죄자로 몰았고, 가격이 폭락한 채소 생산자의 눈물은 통계로 포장해 자기 치적으로 썼다. 실패 앞에서 반성이 아니라 방어와 책임 전가를 택한 것, 그것이 이 사건의 진짜 본질이다. 최고위 직위와 권한은 어떻게 써야 하나 정책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실패 앞에서 보인 태도가 잘못됐다.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조사와 압박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순간, 규제 실패를 인정하는 대신 특정 업체에 예산을 몰아주기로 한 순간, 농민의 손실을 성과로 둔갑시켜 발표한 순간, 이 세 순간의 책임은 모두 P 실장과 송미령 장관에게 있다. 이들은 "이유 없이 높다는 건 이유가 있는 거다"라는 말로 산란계 농가를 범죄자로 만들었고,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는 말로 국가기관을 사적 응징의 도구로 쓰려 했으며, "뿌리를 뽑으라"는 말로 생산자단체의 존립 자체를 거둬가려 했다. 증거는 없었다. 뿌리는 뽑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산란계 농가의 존립과 채소 농가의 생계, 그리고 특정 업체로 흘러간 수천억 원의 예산이 끼어 있었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무한히 봉사해야 하는 자리다. 국가가 쥐여준 직위와 권한으로, 밤낮없이 땀 흘려 먹거리를 지켜온 생산 농가를 핍박하고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이런 불량한 관료들이 농정의 최고위직을 꿰차고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농업의 불행이다. 출처: 팜인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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